‘목화솜 피는 날’ 박원상·우미화 “세월호 유가족 役, 마음 무거웠죠”[인터뷰]

来源:3377TV人气:171更新:2024-06-03 21:10:15

연기에 대한 무게감…“유가족을 연기하다니, 감히 제가요”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 우미화, 박원상, 조희봉.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죄책감을 가질 단어 하나, 세월호. 바다 한가운데에서 침몰한 세월호 속 꽃같은 아이들이 떠난지 벌써 10주기가 됐다. 유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차곡차곡 쌓아 만든 영화 ‘목화솜 피는 날’(감독 신경수)이 그 미안한 마음과 희망을 가득 담아 그리운 아이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어제 제 아내도 동네 친구들과 단체로 영화를 보고 왔는데, 영화를 보고 미안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다들 가진 마음일 거예요. 그래서 이 영화가 만들어진 거고, 이 작품의 의미인 거죠. 미안함을 넘어 기억하고, 이젠 다시 제자리를 찾아오려는 유족들의 이야기가 ‘목화솜 피는 날’의 키워드일 거예요. 우리가 매일같이 세월호를 품고 살 순 없어도 중간 중간 기억을 리셋할 수 있게, 이 영화가 그런 구실을 하길 바랍니다.”(배우 박원상)

배우 박원상.

“지난해 이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했을 때 깨달았어요. 저도 당시를 목격했고 미안했고 슬퍼했는데, 어느덧 일상으로 돌아와 살고 있었다는 걸요. 미안함을 다시 느꼈고요. 우리가 잊고 있던 부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됐어요. 또 이 작품을 찍으면서 유가족인 동수 부모님도 만났는데, 그분들이 그러더라고요. ‘기억은 제가 살아가는 힘이고 삶이에요’라고요.”(배우 우미화)

스포츠경향이 최근 만난 배우 박원상과 우미화는 ‘목화솜 피는 날’의 의미를 몇번이고 되새겼다. 그러면서 과거에 갇히지 않고 앞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방법에 대해서도 저마다 생각을 들려줬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 한 장면.

‘목화솜 피는 날’은 10년 전 사고로 죽은 딸과 함께 사라진 기억과 멈춘 세월을 되찾기 위해 나선 가족 ‘병호’(박원상)와 ‘수현’(우미화)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두 사람이 배우로서 유가족을 연기한다는 건 그 무게감이 남다를 터였다.

“짐작하는 바와 다르지 않았어요. 유가족을 연기하면서 ‘이 감정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감히 내가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에 어려웠고 마음이 무거웠어요. 유가족의 지난한 10년을 다 담아낼 순 없으니 꾹꾹 바닥에 누르고 견디는 모습밖에 표현할 순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또 ‘우미화’의 개인적인 눈물이 담기면 안 되겠다고 느껴 그 점을 경계하려고 했어요.”(우미화)

“처음 이 작품이 제안왔을 땐 세월호란 소재 때문에 밀어내고 싶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내게 온 인연이니까요. 다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있을까. 굉장히 여러 감정이 섞이더라고요. 대본을 더 꼼꼼히 보게 됐고요. 이 작품은 세월호 10주기를 기리는 것으로만 머물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첫 리딩날 한 장소에 모인 배우들을 봤는데, 그들의 얼굴을 보니 이내 ‘아,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 비슷한 생각으로 십시일반 모인 거라는 걸 느꼈거든요.”(박원상)

배우 우미화.

작품의 비하인드 하나 중 놀라운 건 이 작품을 촬영 8회차만에 완성했다는 점이다. ‘육룡이 나르샤’ ‘소방소 옆 경찰서’ 등을 히트시킨 신경수 PD의 영화 데뷔작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너무 놀라운 게 신경수 감독이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촬영을 마친 뒤 일주일 만에 목포로 내려가서 8회차를 찍었다는 거예요.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목화솜 피는 날’ 촬영현장에선 에너지가 더 올라왔더라고요. 늘 세월호 관련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걸 할 수 있게 돼 힘이 난 모양이었어요. 피곤했겠지만 그런 기색 없이 에너지가 넘쳤죠. 그 덕분에 현장도 좋은 기운이 넘쳐났고, 우리도 피곤함 없이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죠.”(우미화)

박원상은 이 작품으로 세상에 바라는 바도 명확해졌다.

“목포 신안의 야적처럼 올라가있는 세월호 선체가 하루라도 빨리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외면한다고 해서 잊혀지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10년, 20년이 흘러도 잘 보존해서 기억했으면 하고요. 그래야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을 때 과거처럼 말도 안 되는 시행착오를 더 이상은 겪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고든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자기들이 필요한 것만 바라보면 안 되는데, 괜히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거나 벌어지면 안되는 일들이 10년간 계속 일어났고요. 이 작품 하나로 잘못된 걸 싹 다 수정할 수 없겠지만 이게 마중물이 되어서 또 다른 세월호, 이태원 사고 관련 영화들이 나온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박원상)

‘목화솜 피는 날’은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